올해는 다양한 과제를 해야하고.. 젠장할 일복이 터졌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에 그나마 숨은 즐거움이 당근이다.
어제 새벽 당근으로 구입한 물건. 과학상자.
시계를 하루 두바퀴씩,
2만 바퀴 정도 되감아 국민학생 시절로 돌아가면 무겁고 커다란 남색상자 끈을 어깨에 얹은 꼬맹이가 있었다.
1988년 아부지께서 과학상자1호를 사주셨다.
그때 9천원인가 주고 산 과학상자에 너트가 누락되어 뒤늦게 배송받은게 선명히 기억난다.
그래 그 시작을 기억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이유, 내가 이렇게 살수 있었던 이유일지 모른다.
신입사원때 동기녀석은 나중에 자식이 태어나면 절대 공대는 안보낸다 했었다.
만에하나라도 과학상자 같은걸 만지려 한다면.. '에이, 지지!' 할꺼라고...
대부분의 공돌이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그렇다고 더 나을 수 있었을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일뿐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어린시절 난 이 장난감에 빠져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냈고,
지난날 누군가 나를 기억하는 몇 안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이건 안사주려 했었다.
내가 왔던 길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그때처럼 가지고 놀게 없는것도 아니고.
실제 요즘 아이들은 이거 사줘도 잘 안가지고 논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근에 나눔이나 헐값에 나오는 경우가 꽤 잦은 것 같다.
어쨌거나 새벽에 가서 이걸 사왔더니 첫째는 역시나 관심이 없고,
둘째는 확실히 남자아이라 그런지 내 아들이라 그런지 설명서에 있는 뭔가를 자꾸 만들어 달랜다.
그래서 실력발휘를 했다.
이게 뭐냐 하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찐빠가 숨어 있었다.
사놓고 한번밖에 안쓴 거의 새거라 했지만, 부품이 왕창 빠져있다는 말은 안적어 놨었다.
설명서를 보고 시작하는데 없는 부품들이 계속 등장해서 혼자 알아서 후다닥 만들어줬다.
아이가 좋아한다.
설명서랑 다르지만 아빠가 만든게 더 멋있다 한다. ㅎㅎ
조만간 설명서에 있는 모든 것들을 만들수 있게 제대로 된걸로 한번더 구입해줘야할 것 같다.
장시간 앉아서 설명서에 있는 걸 보고 만들려면 굉장한 집중과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한봄 선배는 말해줬다.
본인은 아이들이 원하면 얼마든지 사줄 것 같다고... 하아...
술한잔 하며 지난날을 이야기할 수 있다면 과학상자에 대해 할말이 많다.
나의 아버지, 문천사, 군장비, 익룡, 석유시추선, 나의 어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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