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잠든밤, 혼자 몰래 빠져나와 잉글랜드와 이란의 월드컵 경기를 보고 있다.
이런 큰 이벤트에 아무런 감흥이 없는건 때아닌 11월이라 그런것이냐 단순히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냐...
월드컵하면 치맥에 다같이 모여 하는 응원을 먼저 기대하는데 어째 같이 볼 사람이 없다.
내가 기억하는 월드컵은 1994년부터였던 것 같다.
역산해보면 아버지가 지금의 내 나이쯤이셨고, 난 중학생이었다.
1990년 이전 월드컵은 기억에 없다. 초딩 난 너무 어렸나.
앞으로 내가 아들과 월드컵을 함께 보려면,
내 아들이 나와 함께본 월드컵 기억을 만드려면 최소 8년은 더 기다려야하는 것일까.
스페인과 2:2, 서정원의 감격의 동점골을 아버지와 실시간으로 시청했었다.
볼리비아 전은 학교에서 휴대용 AM라디오로 들었던 것을 기억하고,
마지막 독일전은 새벽에 일어나 클린스만의 폭풍해트트릭...에 아버지와 함께 좌절했다.
당시 치토스를 사면 들어있던 정사각형 스티커도 열심히 모았는데...
하석주의 백태클 퇴장, 차범근의 5:0 신화 1998 프랑스 월드컵,
군대에서 나름 기억에 남았지만... 바깥엔 난리났다고 말만들은 2002 한일 월드컵,
대학 4학년 어느 이른 아침 자취방에서 혁이형과 박지성의 골을 봤던 2006년 프랑스전.
입사 후 맞이한 그 이후의 월드컵들은 딱히 임팩트가 없이 가물가물하다.
그렇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이런 축제에서만 만들수 있는 무언가을 놓혀버린 모양이다.
그때 그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잊지 못할 기억속 감흥들은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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