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얼마지나지 않아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총각시절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채울수 없는 공허함을 달랠 무언가가 남자에겐 필요함을 느꼈다.
많은 유부남들의 삶이 그러했을까...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작은 공간... 그게 왜 이리 간절하고 그리운걸까...

시계를 1989년으로 되돌려,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또래보다 일찍 컴퓨터를 접했다.
PC/퍼스널 컴퓨터...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아버지도 최신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30대 남자이자 가장이었다.
공감도 못할 어린 나에게 젊은 시절 쌀 몇가마를 팔아 카세트 라디오를 샀던 이야기, 결혼 후 최초의 칼라TV를 구입하셨던 이야기 등을 들려주셨다.
그러게... 우리집엔 비디오도 있었고, 진공 청소기도 있었고...
어릴적 우리집엔 있는데 친구집엔 보이지 않는 물건들이 꽤 있었다.
결코 잘사는 집은 아니었는데 early adapter셨던 아버지 덕에 그시절 난 컴퓨터란 것을 갖고 있었다.
없는 살림에도 그 비싼 컴퓨터을 사주셨던 엄마아빠의 사랑이 결혼 후 그리웠던 것일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던 물건들.
너무나 갖고 싶었는데 가질수 없던 것들을 뒤늦게 사들이고 모으기 시작했다.
20여년이란 시간동안 먼지 덮힌 기억들을 꺼내고,
망가지고 고물이 되어버린 보물을 다시 살려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며...

그렇게 시작된 저렴하고 구질구질한 취미활동에 대한 기록을 이곳에 남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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