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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야기

마티즈 이젠 안녕...

by math-p 2022. 12. 15.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오늘은 10년간 우리의 발이 되어준 마티즈를 떠나보낸 날이다.

신혼때 핸들조향과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의 상관관계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와이프가 두려워서...

미봉책으로 경차 한대를 구입했다. 

회사 장터게시판에서 판매글을 봤고, 용인에 가서 에버랜드 부장으로부터 스파크의 옷을 입은 마티즈를 데려왔다.

1~2년정도 운전이 몸에 익으면 처분할 계획이었으나 사람일이 어디 생각처럼 되는가...

저렴한 세금과 경차 혜택을 위안으로 10년을 유지하다 이제서야 놓아주게 된 것이다.

 

2022년 12월 15일 오전 10시30분, 마티즈 안녕...

 

와이프 운전연습용으로 구입을 했지만, 사실상 나의 1순위 이동수단이었다.

혼자서 어디를 가야한다면 당연히 마티즈를 탔고, 좁은곳 복잡한곳을 다녀와야한다해도 마티즈를 탔다.

첫째,둘째 낳을때도 모두 이차로 새벽에 만삭인 와이프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아직 경제관념이 없는 아이들은 검은차보다 하얀차가 더 좋다고 했다.

 

언젠가부터 마티즈에 아이들을 태우고 부모님이나 할머니댁을 가면 어르신들께 잔소리를 들었다.

위험하게 작은차에 애들 태우지 말라는...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경차에 대한 편견도 섞여있어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생각과,

나도 이러다 경차만 타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만남과 헤어짐은 피할수 없는 순리라는 여러 상념들이 최근 복잡하게 엉키며...

지난봄 계약한 차 출고일이 다가올즈음, 마티즈를 그만 놓아주기로 한 것이다.

 

머리속은 복잡했지만 결단후 이후 절차는 순식간에 진행됐다.

헤x딜러 어플로 감정,평가부터 경매,판매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결국 오늘 탁송까지 이뤄졌다.

10년 동행의 마지막 가는길.

마중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에 오늘 재택교육을 신청하고,

아침에 아이들 학교와 어린이집까지 태워서 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시켰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되자 탁송기사가 방문해 우리 티즈를 데리고 갔다.

 

티즈야 잘가..그동안 고생했어ㅠㅠ

 

키우던 소를 시장에 내다팔아야했던 할아버지의 마음이 이랬었을까...

 

어릴적 우리차였던 검정 프린스를 보내던 날이 기억난다.

내가 중학생때부터 군대를 다녀와서도 함께했으니 대우 왕자도 10년 넘게 우리 가족이었다.

어머니는 우셨고, 우리가족을 안전하게 오랫동안 돌봐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셨다.

다시 또 반복되는 지난날 장면들.

하지만 아쉬움을 덮고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듯 하늘에선 많은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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