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이야기

기록하고 증명하라(2월27일 하루 이야기)

by math-p 2025. 2. 28.

2월말이 되면 남아있는 의무 연차를 소진해야해서 2/27~28, 어제와 오늘 반강제 휴가다.

하지만 집에는 2/28 하루만 휴가다.

집에서 아이들 등하원시키며 늘상 같은 하루를 보내기보단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어,

2/27 어제 하루는 비공식 휴가가 되었다.

 

전날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추천을 받았지만 차를 끌고 강릉을 갔다오라는 둥, 명동가서 쇼핑을 하라는 둥...

내 취향과 여건에 맞지 않는 보기들 중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여느때처럼 5시반에 일어나 출근버스를 탔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지는 회사에서 아침을 먹으며 생각해 보기로 한다.

김, 양념장, 백김치, 오뎅, 계란후라이, 부침전과 깍두기, 토란국

 

회사에서 먹는 오랫만의 아침 밥이다.

다이어트를 핑계로 한동안 삼각김밥으로 한끼를 때웠는데 그사이 국그릇, 반찬그릇도 스댕으로 바뀌고... 많이 개선됐다.

 

아침을 먹고 바로 회사 밖을 나왔다.

일단 걸었다. 목적지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알게모르게 발걸음은 옛 기억을 향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다니던 골목길이다. 30년이 훌쩍 넘었지만 조금도 잊혀지지 않았다.

 

위 골목에 들어서니 비로서 오늘 가야할 곳을 알게 되었다.

옛다! 친구들아 너희들이 살던 집이다.

 

답없는 보기를 추천해 준 친구들에게 옛추억의 선물 한장씩 보내줬다.

중학생때 하교길 들려 친구들과 탁구를 치던 어느 아파트 관리사무소

 

문이 잠겼으면 저 좁은 지하 창문을 열고 들어갔던 슬림했던 어린 내가 생각났다.

매탄공원의 아침

 

아버지가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신 운동장은 사라졌지만, 아련하고 설레이던 어린 날 추억들은 그대로 남았다.

나의 모교, 초등학교/중학교

 

이때가 아침 8시쯤이었을꺼다. 개학을 앞둔 2월 어느날 초중교의 아침 운동장엔 사람한명 찾을 수 없었다.

 

 


 

모교를 지나 천길을 걷는다.

제작년 이사 전까지 수도 없이 걷고 자전거로 지나던 길이라 아직은 익숙하다.

오리들, 이름 모르는 새들, 사진을 남기진 못한 봉황도 만났다.

 

 

 

잠시 예전 살던 곳에 들려 이발을 했다.

이사를 하면 앞으로 만나지 못할 사람일 꺼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걱정이 앞섰던 헤어짐은 쓸데없는 진지함이었는지 모른다. 

 

이발소를 나오니 5km정도 떨어진 곳에 부모님댁이 있다.

한달전 즈음이었나... 잠들기전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는 유투브 콘텐츠를 본적이 있었다.

왜 이런짓을 할까 싶으면서도 너무나 부럽고 멋진 계획이란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7dIz5WhfTAM

나에겐 이제 기회가 없을 경험이라 못내 아쉬움을 느꼈었다.

 

 

'부산은 못가도 아산은 갈 수 있을까?'

'걷지는 못해도 자전거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산이 안되면 부모님댁은 가능하지 않을까..?'

 

점점 작아지는 목표 속에 미련은 커져갔다.

 

그래! 오늘이다!

 

오늘 이대로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일단 부모님댁까지 걸어가 점심을 먹고 최종 결심했다. 이미 오늘 12km를 걸은 상태였다.

 

6시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언제부턴가 부모님댁에 가면 내가 할일이 많다.

이제 연세가 있으셔서 스스로 해결하시지 못하는 일들을 모아두셨다가 내가 가면 개나리 봇짐처럼 풀어놓으신다.

가끔은 귀찮아 하지만 이런일이 이젠 나에게 몇 안되는 보람이기도 하다.

 


 

부모님댁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빨라 어느새 저녁.

저녁 식사까지 하고 6시가 다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네어버 지도를 봤더니 최단거리가 12km.

 

정 힘이 들면 중간에 버스타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걷고 또 걸었다.

중간에 신혼때 살던 곳과 지난날 인연의 장소도 일부러 들리는 바람에 최단거리를 어긋낫지만 오늘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캄캄하고 사람 없는 모르는 길을 걸을땐 이 나이가 되어도 무섭더라.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종아리가 땡기기 시작하고, 발가락도 불편하고

늙어서 그런가 많이 걷긴한건가.. 고민하는 사이 다시 아는 길은 나타났다.

 


 

집근처에 다다르니 웃음이 났다.

무료한 삶에 작은 추억의 점을 남겼다는 것에 오늘 하루는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계속해서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기록하고 증명해야 한다.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오다.

'요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여름 이야기  (0) 2025.08.24
2025. 6. 주중 두번의 휴일  (1) 2025.06.06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0) 2025.02.24
추석 2024  (0) 2024.09.18
청수탕  (0) 2024.06.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