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황홀한 꿈을 꾼다.
이제는 만나기 힘든 사람과 물건들을 꿈속에서 만나면 그렇게 애틋할 수가 없었다.
지난날 추억에 현실과 멀어진 그리움의 대상과의 만남 말이다.
어제는 동네 슈퍼에 장을 보러가는 길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데,
종이를 모아둔 거대한 포대 자루안에서 오래된 만화책 몇권이 눈에 띄었다.
천마의 혈족?
모르는 만화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두권을 장바구니에 넣고 슈퍼에 가서 장을 봤다.
(세일하는 오뎅과 맥콜을 샀다...)
돌아오는 길, 혹시 몇권 더 있나하며 다시 그 앞을 지나는데 포대 안 한쪽 구석에 슬램덩크를 발견한다.
오잉!?
설마...하며 재활용 더미 속을 뒤지니 슬램덩크가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미친놈처럼 흥분하며 장바구니 안으로 마구 주워 담았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일단 집으로 올라와 1차로 담은 책들을 놓아두고, 다시 내려가 2차로 한바구니 더 담아왔다.
말그대로 줍줍...
어디 창고에서 수십년 쳐박혀 있다가 나온건지 먼저가 엄청나게 쌓였지만,
물티슈로 한권한권 닦아주니 몇권을 제외하고는 상태가 매우 좋다.
30년이 훨씬 넘은 책이기에 누렇게 종이는 바랬을지언정 찢어지거나 크게 파손된 곳은 없었다.
전집을 오름차순 정렬해보니 총 31권 중 8편 단 한권이 없다.
'이것도 분명히 저 포대자루 안에 있을 듯한데...'
자꾸 미련이 남아 두번이나 더 내려가 자루를 뒤졌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 난 후에야 그 희망을 완전히 접을 수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것 같았다.
가끔 학교 운동장 나무 밑에서 동전 줍는 꿈을 꾸곤 했었다.
하나 줍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주변에서 끊임없이 500원짜리 동전을 줍는 꿈을...
꿈에서 깼을 때 그 허무함을 알기에... 어젠 정말 볼을 꼬집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슬램덩크...
사실 내게 만화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 뿐이다.
두 만화는 어릴적 거의 전집을 소장했었는데 어느날 책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알았을 땐,
아부지께서 교도소에 모두 기증하신 뒤였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작년 누나 생일에 슬램덩크 피규어를 선물했었다.
이 기쁜 소식을 자랑하듯 누나에게 알렸더니 어서 다 읽고 빌려달란다.
놀라운 일에 흥분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다.
'고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 레이저 프린터 SL-C513 (0) | 2024.09.24 |
---|---|
마법천자문 (0) | 2024.09.20 |
SHARP EL-509G & CASIO SF-4000 (0) | 2024.04.13 |
데스크탑 마이크 PM-1000PRO (0) | 2024.03.02 |
Dyson v8 fluffy (0) | 2023.12.16 |
댓글